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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Painters, Three Squares: Interface / Vortex / Unfolding

Gwen Seol – Painting as a Digital Psychological Bird’s Eye View and Interface

Kim Yeji, Independent Curator

 

There are moments when the monitor that once emitted light incessantly stops showing and the residual glow glimmers across the black screen. Seol works in a digital environment to capture and draw the afterimage of the flashes left on her eyes. Her work begins by reflecting on what the eyes saw between the waves of “windows” and “tabs” that rush onto the screen. While observing the rising impression resembling drops beyond the pool of memories, Seol felt the traces of the data –flickering beyond count– taking geometric abstract forms and bouncing upward through the surface of consciousness. The foam created from texts and images, which flow on the currents of scrolling, soar upwards in idiosyncratic shapes and colors, according to its own impression to become the group unit of the work.

Seol heeds the fact that the sea of information, which can deepen indefinitely without a predetermined depth, is pressed by the flat monitor and presented as a shallow surface. Focusing on these characteristics, the series of Spaced (2019) gives volume to flattened objects on LCD screen as an attempt to reassemble them in a pictorial space. Substances in the real world float on the screen, which were broken down into pixels after passing through electronic circuits, are again converted into geometric shapes of units with pigments and are revived on the physical conditions of the canvas. They are multiplied into many while seeping through the base of the fabric that goes into the illusory space; they are assembled and imbricated after being adjusted into various shapes and volumes as they repeat the process of collision and harmony.

 

The mechanism of reconstructing the psychological experience of the artist wandering through the space of internet space in arbitrary interpretation and retrospective of the geographical features of the place reminds the viewer of the psychogéographie of the Internationale Situationiste. However, unlike the situationists who suggested a path that drifts free and playful wandering against the uniformity and visual order of the city, it is evident that under the surveillance system of algorithm, filtered currents are the way to separate and avoid them for those who swim through a strong network. In the end, as the artist confesses in The Attempt to Locate the Things without Location Goes Futile Because that Knowledge Presupposes the Knowledge of My Own Location which Alludes Me at the Moment (2021), her work is limited to post-mortem efforts to finish surfing the internet which was only swept away by the tide, and to draw a rough bird’s eye view of the lost route.

 

However, her works, which transform the geography of the repressive virtual world based on her individual impressions, can function as an interface that leads to a new connection to the past journey in a real space beyond the screen’s liquid crystal. Accordingly, the artist ruminates on drawing a shape angle of refraction that turns around the controlled communication path, contemplating conversation as a connection device that penetrates the recently passed virtual space as an alternative narrative. The surface of the recent work, which has no brush strokes due to the use of reflective light of subtle metallic colors and air brushes, boasts a smoothness comparable to processed glass. The colors painted with light transparency also embody the scattering of the remnants spreading slightly overlapping with digital splendor. The composition of the work also tends to gradually program into a system in which the canvas is divided into a 3x3 grid and meets a new vector; this is placed on a plane graph as a module with coordinates.

 

Seol’s work, Wait for Loading While Waiting for Loading While Waiting for It to Load (2021), which allows the viewer to experience a loss of direction (as a direct reference to the title) with the endless loop on the surface, can open a circuit of encounter in a monotonous landscape by providing an opportunity for temporary settlement and detour in the busy cyber city space. In an era of unwittingly widespread exposure to digital graphics and regulations, her works reproduce the subjectively experienced and retrospective aspects; thus containing the potential to be liberated with a sense of wandering that revives signage and contemporary urban landscapes dominated by smart devices.

세 명의 미술가, 세 가지 평면: 인터페이스 / 소용돌이 / 펼치기

설고은 – 디지털 심리-조감도와 인터페이스로서의 회화

—김예지, 독립 기획자

 

 

쉼없이 발광하던 모니터가 더 이상 무언가 보여주기를 중단하는 순간, 광택만이 남은 검은 유리위로 잔영이 아른거리는 때가 있다. 설고은은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지나친 섬광들이 눈자위에 남긴 잔상을 포착해 그린다. 작업은 화면에 몰아치던 ‘창’과 ‘탭’의 너울 사이에서 무엇을 봤는지 되새기며 시작한다. 빛무리 진 기억 저편 방울처럼 피어오르는 인상을 지켜보던 작가는 무수히 점멸하던 데이터의 잔흔이 기하 추상화되어 의식의 수면 위로 튀어 오름을 느꼈다. 스크롤의 조류를 타고 흘러 다니던 글과 그림으로부터 일어난 물거품은 감상에 따라 저마다 다른 모양과 색으로 솟아올라 작품의 구성단위가 되었다.

설고은은 정해진 수심없이 무한히 깊어질 수 있는 정보의 바다가 얄팍한 모니터에 눌린 평면으로 비치는 점에 주목한다. 〈Spaced〉(2019) 연작은 이러한 특징에 착안해 액정 디스플레이상 납작이 뭉개져 버린 대상들에게 볼륨을 부여하고, 회화적 공간에서 다시금 배치해 보려는 시도다. 전자 회로를 거치며 픽셀 단위로 부서져 스크린을 부유하던 현실 세계의 물질들은 여기서 재차 안료의 물성을 가진 기하학적 조형 단위로 변환되어 캔버스의 물리적 조건 위에 소생되었다. 이들은 직물의 저변을 파고 들어가는 환영적 공간 안에서 여럿으로 복제되며, 다양한 크기와 양감으로 조정되어 배열되고, 포개지고, 충돌과 조화를 거듭해 갔다. 붓질로 연성된 질량과 부피를 가지면서도 디지털 세계의 경험 방식으로 도식화된 회화는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시선으로써 유랑하던 가상공간의 충실한 유비가 된다.

인터넷 공간을 방랑하는 작가의 심리적 경험을 그곳의 지형지물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회고에 담아 재구성하는 기제에서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 Internationale Situationiste  의 심리지리Psychogéographie가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주의자들이 대로화된 도시의 획일성과 시각적 질서를 거슬러 자유롭고 유희적인 방황으로서 표류가 가능한 경로를 제시했던 것과 달리, 알고리즘의 감시 체제 아래 필터링 된 물살이 거세게 작용하는 네트워크 속을 유영하는 이들에게 그것을 가르고 회피할 수 있는길이란 실상 요연하다. 결국〈위치없는 것들의 위치를 찾으려면 먼저 나의 위치를 알아야 하지만 내가있는지금이순간의 나의 위치를 알 수 없어 위치없는것들의 위치를 찾으려는 노력은 허사로 돌아간다〉(2021)고 고백하는 설고은의 작업은 조류에 휩쓸려 다닐 뿐이던 인터넷 서핑을 마치고, 길 잃은 노정의 대강적인 조감도를 그려 보려는 사후적 노력에 그친다.

그러나 억압적인 가상 세계의 지리를 작가 개인의 감회에 의거해 변용하는 그의 그림은 회화적 환영을 통해 스크린 액정 너머의 실제 공간에서 지난 여정을 새롭게 접속하게끔 잇는 인터페이스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이에 작가는 최근 지나온 가상 공간을 대안적 내러티브로 다시금 관통하는 접속 장치로서의 회화를 고민하며 제어된 통신 경로를 선회하는 예리한 굴절각을 그려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 본디 인터넷 환경의 엄격한 통제와 지각의 현혹을 위해 활용되던 기술적 메커니즘을 회화적 표현 기법으로 전용하는 근래의 작업 방식도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은은히 비치는 금속성 색채의 반사광과 에어브러시의 사용으로 붓자국 하나 남지않게 된 신작의 표면은 가공된 유리에 버금가는 매끈함을 자랑한다. 엷은 투명도로 그려진 색면들 역시 살짝씩 겹치며 퍼져 나가는 잔영의 산란을 디지털적인 유려함으로 구현해 내고 있다. 작품의 구성 또한 새로운 벡터를 만나 3×3 비율의 그리드로 분할된 캔버스가 각각 좌표를 가진 모듈로서 평면 그래프상에 배치되는 체계로 점차 프로그램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로딩을 기다리는 중의 로딩을 기다리는 중의 로딩을 기다림〉(2021) 이라는 이름처럼 무한한 루프를 그리는 화면 속 방향 상실을 체험케하는 설고은의 작품은 번듯이 구획된 사이버 도시공간에 일시적 정주와 우회의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천편일률적인 경관 속 감춰진 경이를 향한 조우의 회로를 열어 줄 수 있다. 부지불식간에 디지털 그래픽과 규율에 만연히 노출되는 시대, 그것이 주관적으로 경험되고 회고된 양태를 재현하는 그의 회화는 그러므로 도처의 사이니지와 스마트 기기가 장악한 동시대 도시의 풍경까지도 생동하는 유람의 감각으로 해방 가능한 잠재력을 담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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